가계부 오래 못 가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숫자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처음에는 가계부만 잘 쓰면 생활비가 바로 줄어들 줄 알았다. 그래서 바로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얼마 썼는지, 배달 얼마였는지, 커피 얼마였는지 전부 적었다. 며칠 동안은 꽤 열심히 했다.
근데 갈수록 이상하게 더 피곤해졌다. 퇴근하고 집 들어와서 카드 사용내역 하나씩 보는 시간이 은근 스트레스였다. 카드 사용내역 넘기다가 손이 잠깐 멈춘 날도 있었다. 편의점 결제만 세 개 연속 찍혀 있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새벽에 또 한 번. 하루 지난 건데 금액 보니까 괜히 한숨 나왔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던 소비였는데 숫자로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특히 자취 시작하고 나서는 생활비가 진짜 빨리 빠져나갔다. 월세 빠지고 관리비 나가고, 통신비 자동결제 지나가고 나면 남는 금액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거기에 배달 몇 번 시키면 카드값이 금방 올라갔다.
1. 억지로 참는 절약이 매번 실패했던 원인
근데 생활비 줄인다고 무조건 참는 건 오래 못 갔다. 며칠 참고 나면 오히려 한 번에 더 쓰게 됐다.
새벽에 배달앱 켰다가 메뉴만 한참 넘긴 날도 많았다. 원래는 간단하게 먹으려고 들어갔는데 최소 주문 금액 맞추려고 사이드 메뉴를 계속 추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제 금액 보고 그냥 앱 닫은 적도 있었다. 그 순간 괜히 허무했다.
2. 문제는 가계부가 아니라 "소비 타이밍"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문제는 가계부 자체가 아니었다. 내가 언제 돈을 쓰는지 그 타이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밤에 휴대폰 오래 보는 날 소비가 많았다. 잠 안 오면 배달앱 보고, 쇼핑앱 보고, 할인 문자 확인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습관처럼 했던 행동이었다. 한 번은 필요도 없는 물건 장바구니 담아놓고 결제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막상 며칠 뒤 택배 도착했는데 거의 안 쓰게 됐다.
그 이후로는 밤에 휴대폰을 조금 멀리 두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데 생각보다 충동결제가 눈에 띄게 줄었다.
3. 금액을 받아 적는 대신 지출의 흐름을 보기로 했다
가계부도 예전처럼 금액 하나하나를 강박적으로 적지는 않는다. 대신 나만의 기준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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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직도 카드 알림 뜨면 괜히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유도 모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이 빠져나가는 찝찝한 느낌은 조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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